https://www.youtube.com/watch?v=eyZABvlMvfk
(...)
언젠가네가그만살고싶은듯한얼굴로나를봤던걸기억해.나는무슨말을해야할지몰랐어.네가계속살았으면좋겠는데고작내바람만으로네가살아서는안되잖아.살아가려면그보다더중요한이유들이있어야하잖아.울다가잠든네모습을한참봤어.아침이면일어나고싶은생을네가살게되기를바랐어.왜냐하면나는너때문에일찍일어나고싶어지거든.일도하고너랑도놀아야해서하루가얼마나짧은지몰라.네규칙적인숨소리를들으며이책의마지막시를읽었어.
(…) 그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다
한 번은 이제 태어나나 보다 하면서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리다가
생각한 대로 잘 되지 않았다
한 번은 태어나고 싶지 않아서
이리 도망치고 저리 도망치다가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구나 했다
(…)
한 번은 한참을 죽어서 있다가
당신도 죽었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함께 마루에 앉아 저녁을 먹었던 거
손을 잡고 걸었던 거
늙은 몸으로
젊은 몸으로
한 이불 속에 누워 있었던 거 (…)
-유진목 <식물원>-
잠든 너랑 덮은 한 이불 속에서 나는 조금 울었어. 이 시집이 고단하고 슬퍼서.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닐 거라서. 지나가는 동시에 반복되는 생들 속에서도 어떤 사랑은 자꾸만 기억이 난다는 게, 기억이 나서 울음이 난다는 게, 꼭 전생에 그래봤던 것처럼 이해가 되었어. 그리고 너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게 되었어.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우리는 한 생에서도 몇 번이나 다시 태어날 수 있잖아. 좌절이랑 고통이 우리에게 믿을 수 없이 새로운 정체성을 주니까. 그러므로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하고 싶었어. 다시 태어나려고, 더 잘 살아보려고, 너는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도 몰라. 그러느라 이렇게 맘이 아픈 것일지도 몰라. 오늘의 슬픔을 잊지 않은 채로 내일 다시 태어나달라고 요청하고 싶었어. 같이 새로운 날들을 맞이하자고. 빛이 되는 슬픔도 있는지 보자고. 어느 출구로 나가는 게 가장 좋은지 찾자고. 그런 소망을 담아서 네 등을 오래 어루만졌어.
해가 뜨면 너랑 식물원에 가고 싶어. 잘 자.
이슬아 서평집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