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페셜'의 발견..배우 이희준

입력2011.08.29. 오전 6:45
수정2011.08.29. 오전 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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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서 개성 있는 연기로 '눈길'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KBS 2TV의 단막극 프로그램 '드라마 스페셜' 팬이라면 그의 얼굴이 익숙할 것이다.

지난 5월 4부작 '완벽한 스파이'를 시작으로 지난달 '큐피드 팩토리', 그리고 최근 '동일범'까지 배우 이희준(32)은 '드라마 스페셜'에서 잇따라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최근 을지로에서 만난 그는 연기 칭찬에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며 오히려 아쉬움을 내비쳤다.

수더분해 보이는 외모에 날카로운 눈빛을 숨긴 이 배우는 송강호를 배출한 극단 차이무 소속으로, 연극과 영화를 오가며 차근차근 경력을 쌓고 있다.

'드라마 스페셜'과 인연은 연극 'B언소'에서 비롯됐다. 'B언소'에서 그의 연기를 본 '드라마스페셜' 책임 프로듀서가 대뜸 '단막극 몇 개를 하고 싶냐'며 연락을 했던 것.

이후 작년 10월 손현주와 함께한 '텍사스 안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4편의 '드라마스페셜'에 출연했다.

손현주는 '완벽한 스파이' 제작발표회에서 그를 가르켜 송새벽처럼 개성 있는 연기자로 성장할 친구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손현주 선배님이 전날 술을 마시면서 잘해준다고 하시더니 갑자기 제 얘기를 꺼내 당황했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당시 제작발표회장에 그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그런 자리가 처음이라 어떻게 입고 가는지도 몰랐어요. 갖고 있던 정장은 촬영에 써야해서 다른 옷 중에 제일 멋있는 옷을 입고 나갔는데 그게 '츄리닝'이었던 거죠. 촬영장에 배우들이 츄리닝을 입고 나오는 게 멋져 보여서 20만원 주고 산 거였거든요."

비교 대상이 된 송새벽은 사실 그의 절친이다.

"'방자전'에도 같이 캐스팅됐었어요. 저는 작은 역을 제안받았는데 새벽이가 변학도라고 하니까 너무 질투가 나더라고요.(웃음) 그때 꽃마다 피는 시기가 다르다는 법정 스님의 책 구절이 생각나면서 내 시기가 따로 있다고 믿었어요. 앞으로도 차근차근 가고 싶어요. 연기할 때 재미있어야 잘 되는데 대박날 거 같은 욕심에 연기를 하면 안 좋게 나오더라고요."


그의 연기에서는 손현주의 말처럼 개성이 묻어난다. 극단 대선배 송강호나 절친 송새벽이 연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상도 억양이 밴 말투나 특유의 이죽거리는 표정은 전형적인 연기 스타일과 거리가 멀다.

'느린 배우라 대본을 오래 본다'는 그는 "연기할 때 나를 많이 투영하는 편"이라며 "나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하면서 하다보니 개성 있는 행동이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배우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마땅히 하고 싶은 게 없던 고교시절을 거쳐 영남대 화학공학과에 입학한 그는 군 입대 일주일 전 큰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군 면제를 받았지만 학업에서 흥미를 찾지 못한 그는 한동안 방황했다. '기타치고 노래 부르며 술 마시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때 우연히 대구의 한 아동극단 포스터를 보고 호기심에 극단을 찾아갔다.

'정글북' '신데렐라' 같은 아동극을 공연하면서 연기의 맛을 느낀 그는 제대로 연기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2003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입학했다.

'날라리 공대생'은 혹독한 실기 위주의 커리큘럼으로 유명한 한예종에서 장학생으로 거듭났다. 전액 장학금 3번을 포함해 재학기간 내내 장학금을 받았다.

"학교가 너무 좋았어요.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연기와 관련된 수업을 하고 다음날 발표를 위해 새벽까지 연습하는데 잠을 못자도 괜찮았어요. 한번은 외국인 교수님이 유명 배우들의 햄릿 대사를 모은 낡은 테이프를 틀어주셨는데 너무 새롭고 닭살이 돋을 정도로 좋았어요.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했습니다."


한예종 시절 MBC '케세라세라'에 조연으로 출연했던 그는 졸업 후 극단에서 활동하며 '약탈자들' '부당거래' '황해' 등 1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욕심이 많다보니 복싱, 헬스, 합기도, 현대 무용, 노래까지 섭렵했다.

영화 '특수본'에 이어 '화차'를 촬영 중이라는 그는 KBS '공주의 남자'와 노희경 극본의 jTBC 개국 특집극 '빠담빠담'에도 출연한다.

아직 소속사가 없는 그는 "좋은 매니지먼트를 신중하게 찾고 있다"는 말을 꼭 넣어달라고 했다.

상투적인 게 재미없다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상투적인 질문을 던졌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유쾌한 배우요. 보는 사람들이 유쾌하면 좋겠어요. 요즘에는 스트레스가 너무 많잖아요. 사람들에게 유쾌함을 주는 것이 배우란 직업이 할 수 있는 배려가 아닐까 싶어요."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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