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섹(영어:parsec, 기호:pc)은태양계 외부의천체를 관측하기 위해천문학에서 사용하는길이의 단위이다.[1] 처음에는지구의 공전에 의해 발생하는연주시차를 사용하여 어떤 천체를 약 6개월의 시차를 두고 관찰하였을 때 1초의각거리를 보이는 것을 1 pc으로 정의하였으나, 2015년국제천문연맹은648000/πAU로 재정의하였다.[2] 이 정의에 따라미터법으로 환산하면 1 파섹은 30,856,775,814,913,673 m 이고[3][4] 약 3.26156광년이 된다.
파섹은 "parallax of one arcsecond"(1초의 시차)의 줄임말로 1913년 영국의 천문학자허버트 홀 터너가 제안하였다.[5] 파섹은 인류가 거리를 측정하기 위해 만든 단위 가운데 가장 길다.대중과학은 별 사이의 거리를 가리킬 때광년을 더 많이 사용하지만, 파섹은 직접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천문학에서우주 거리 사다리의 중요한 단위 가운데 하나이다.우리 은하는 원반의 크기가 약 3만 파섹,은하헤일로의 크기는 25만 파섹 가량이다.[6] 한편 연주시차 측정이 사실상 불가능한 우리 은하를 벗어난 천체는표준촉광과 같은 간접적인 거리 측정이 사용된다.[7]
삼각측량법에 의해 한 변의 길이와 그에 접한 두 각의 크기를 알면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8] 삼각측량법은 오래 전부터 지구상의 거리 측정에 사용되어지도의 제작[9] 탄착점의 예측[10] 등에 사용되었다.천문학에서 최초의 삼각측량은에라토스테네스의 지구 둘레 계산을 들 수 있다. 그는 지역에 따라하지 정오의 그림자 길이가 다르다는 사실을 근거로 지구 둘레를 계산하여 25만 스타디아(약 40,234km)로 계산하였다.[11] 1790년 제안된[12]미터법은 제정 당시 지구의 자오선 둘레를 4만 km로 정의한 값이기 때문에[13] 에라토스테네스의 계산은 당시의 측정 기술을 생각하면 매우 정확한 값이라 할 수 있다.[11]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를 기준으로 하는천문단위 역시 삼각측량을 통해 계산할 수 있고 고대 그리스 시기부터 많은 계산이 있었다.[14] 실제지구의 궤도는타원으로 매 시점마다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변하기 때문에 천문단위는 궤도의 평균값을 사용한다.[15] 천문단위의 값은 여러 차례 수정되었으며 2013년 이후 오늘날 사용되는 값은 149,597,870,700m이다.[16]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를 알면 이를 바탕으로 태양계 외부의 별과의 거리도 알 수 있다. 연필을 눈 가까이 들고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을 번갈아 감아 한쪽 눈으로만 볼 때 연필의 위치가 달리 보이는 것처럼, 보다 멀리 떨어진 별들은 마치 배경과 같이 거의 변화가 없을 테지만 그 보다 앞에 놓인 가까운 별은 계절에 따라 위치가 달리 보이는연주시차를 갖기 때문이다.[17] 연주시차에 따른 각도를 측정하면 삼각측량에 따라 그 별까지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 역시 고대부터 잘 알려져 있었고 다양한 시도가 있었으나 관측할 수 없었다.프톨레마이오스를 비롯한 당대의 학자들이태양중심설을 폐기하고 지구 중심의천동설을 지지한 것은 그들의 사고가 비합리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객관적 증거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지구와 별 사이의 거리가 오늘날 알려진 것과 같이 그렇게 멀다고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18]:68-75 16세기덴마크의 천문학자튀코 브라헤는 일생에 걸쳐 맨눈으로 관측할 수 있는 북반구의 거의 모든 천체를 기록하였고 이 과정에서도 연주시차를 확인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결국 당시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에 의해 주장된 지동설을 부정하고 말았다.[18]:68-75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태양계 밖 항성은센타우루스자리 프록시마로 너무 어두워 맨눈으로 관찰할 수 없고 연주시차 역시 0.768초에 불과하여 맨눈으로 보기에는 너무 적다.[19]
연주시차 측정의 개념
이러한 사정은망원경의 발명으로 변화를 맞았다. 망원경은 보다 어두운 별을 보다 정확히 관찰할 수 있게 해 주었다. 1837년프리드리히 베셀은백조자리 61의 연주시차를 약 0.314 초로 발표하였다. 이는 오늘날 알려진 0.287 초에 비해 큰 값이지만 당시 기술로서는 놀라운 성과였다.[20] 태양과 지구의 거리를 1au로 정의하면 삼각측량법에 따라 연주시차 0.287 초는 3.5 파섹이 된다. 베셀의 연주시차 확인에 이어 스코틀렌드의토머스 헨더슨과발트 독일인이었던프리드리히 폰 슈트루베도 백조자리 61의 연주시차를 확인하였다.[21] 이로서 지구의 공전은 실증적으로 입증되었고 이후 많은 천문학자들이 연주시차 확인을 수행하였다. 1952년 예일 시차 목록에는 5,822개의 별들이 수록되었고, 1989년유럽 우주국이 쏘아올린히파르코스 위성은 4년 동안 12만 여개 별들의 시차를 관측하였다.[18]:74-75
지상에 설치된 망원경의 경우 실제 측정할 수 있는 연주시차는 최대 0.01 초가 한계이다. 따라서 측정할 수 있는 거리 역시 100 파섹이 최대가 된다.[22] 이것은 매우 큰 값이지만 거대한 우주의 크기에 비하면 한 없이 작은 값이기도 하다.우리 은하만 하여도 30 kpc의 크기를 갖기 때문에[23] 시차를 직접 측정하여 거리를 계산할 수 있는 별들은 우리 은하에서도태양계와 가까운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이 보단 먼 별의 거리 측정은 폭발하는초신성의 밝기와 같은표준촉광을 이용하여 간접적으로 계산하는 수 밖에 없다.[17]
대중과학에서는 파섹보다광년을 더 일반적으로 사용한다. 연주시차의 개념을 설명하는 것보다 광속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더 쉽고 직관적이기 때문이다.[24] 이러한 이유로 파섹을 비롯한우주 거리 사다리의 다양한 방법에 의한 거리 측정은 대중에게 소개될 때 대개 광년으로 변환되어 표시된다.SF 장르의 각종 소설과 영화, 드라마에서도 파섹보다는 광년이 더 흔하게 쓰이지만,우주대모험 1999나스타워즈 등에서 보다 전문적인 용어의 이미지로 사용되기도 하였다.[25] 스타워즈 오리지널 첫 편(에피소드 4)에서한 솔로는밀레니엄 팔콘이 12 파섹을 단숨에 주파한다고 자랑한다.[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