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용량[1](電氣容量, capacitance) 또는전기 들이[1] 또는축전 용량[2]은전하가 대전되어 있는 대전체에서전압 당 전하량의비이다. 즉,대전체 또는전기 회로가 전하의 형태로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는 능력의 크기를 뜻한다. 기호는 일반적으로C를 사용한다.
국제단위계에서 전기 용량의 단위는패럿이고, F로 표시한다. 영국의 물리학자마이클 패러데이의 이름을 땄다.기전력이 걸려있는 전기 회로에서 전기 용량은 전압의 상승에 따른 전하량의 증가로 이해될 수 있다. 즉 1V의 전압을 걸었을 때 1C의 전하가 축적된다면 전기 용량은 1F이다.[3]
전하가 쌓여서전기를 띄는 물체를 대전체라고 하는데,[4] 쌓인 전하는 대전체에 그대로 머물러정전기가 될 수도 있고[5] 전기 회로를 구성하여 전하의 흐름이 발생할 수도 있다. 둘 중 어느 경우이든 대전체에 전하가 쌓인다면, 즉 축전(築電)된다면 쌓이는 전하의 양을 생각할 수 있다. 대전체에 쌓이는 전하량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전된 전하량의 총합을 측정할 수 있으며, 대전된 물체는 그로 인해 전압을 지니게 되므로 전압 당 전하량의 비를 계산할 수 있으며 이것이 전기 용량이다.
전기 용량에는 대전체 스스로가 지니고 있는 자기 전기 용량과, 다른 대전체와 상호 작용하여 발생하는 상호 전기 용량이 있다.[6]:237–238 전기를 띄는 모든 물체는 자기 전기용량을 갖으며 물질마다 특정한 값이 있다. 자기 전기용량은 지구와 연결되는접지를 통해 측정할 수 있다. 상호 전기용량은 두 전도체 사이에서 발생하는 전기용량으로 특히축전기를 구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전기 용량은저항,유도계수와 함께선형 전기회로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이다. 실제 회로에서 전기 용량은축전기, 저항은저항기, 유도계수는코일과 같은 인덕터를 통해 구현된다. 축전기는 두 개의 도체 사이에유전체를 넣어 원하는 전기 용량을 구현한 전기 부품이다. 축전기는 직류와 교류에서 작동방식이 전혀 다른데 직류에서는 한 번의 축전으로 방전까지 전하가 유지되지만, 교류에서는 주파수에 따라 특징적인 동작을 보인다. 이 때문에 코일과 함께LC 필터로 흔히 사용된다.[7] 축전기의 전기용량은 유전체가 갖는 자기 전기용량인유전율과 양쪽에 놓인 도판의 크기와 간격에 따라 결정된다.
물체에 전기가 축적되는 대전 현상은 아주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고대 그리스에서는 나무의 수액이 굳어 화석이 된호박을 마찰하면 자잘한 물체가 달라붙는 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8] 영어 등에서 전기의 의미로 사용되는 일렉트릭(electric)은 그리스어로 호박을 뜻하는 말이었다.[9] 이와 같이 마찰을 일트켜 물체에 쌓인 전기는 접지를 하지 않으면 그대로 고여 있기 때문에정전기라고 한다.
18세기 네덜란드레이던 대학교의 물리학 교수피터르 판 뮈스헨브룩은 아래의 그림과 같은 형태의 병을 고안하였다. 이 병의 밖에 마찰을 일으키면 정전기 유도 현상으로 전기가 축전된다. 축전된 전기는 병 가운데 있는 전극을 외부와 연결하여 방출시킬 수 있다.레이던 대학교에서 처음 만들어졌기 때문에 레이던의 독일식 발음인라이덴병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10] 라이덴병은 마찰을 통해 대전된 정전기를 방출하는축전기로 사용되었다. 라이덴 병에 모인 전기를 손으로 만지면 찌릿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당시로서는 새로운 볼거리였기 때문에 라이덴병은 과학자들 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유행하였다. 도시 마다 라이덴병을 이용한 실험이 유행하였고 180명이 손에 손을 잡고 라이덴병의 전기를 방출하였을 때 모두 찌릿한 경험을 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11] 당시는 전기의 위험성이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실험을 주저없이 하였다. 충전된 라이덴병을 직접 만지는 행위는 지금 기준에선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12]
라이덴병과 같이 전기를 쌓아 둘 수 있는 것을축전기라고 한다. 라이덴병은 전류의 흐름 없이 스스로 전기를 축적하는 자기 전기용량을 지닌다. 물론 이렇게 축적된 전기 용량이 무한정 늘어나지는 않는다.벤저민 프랭클린은 라이덴병 여러 개를 연결하여 라이덴병이 축적할 수 있는 전기용량을 늘렸다. 프랭클린은 이것을 베터리(bettery)라고 불렀는데 이 말은 나중에전지를 가리키는 일반적인 용어가 되었다.[11]
이와 같이 어떤 대전체가 축적할 수 있는 전하량을 전기 용량이라고 한다. 라이덴병은 정전기를 이용하여 스스로 전하를 축적하는 자기 전기 용량을 갖지만, 전압이 걸리고 전류가 흐르는 전기 회로에선 이런 정전기를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전기 회로에서 전기를 축적할 목적으로 쓰이는 축전기는 두개의 금속판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두 금속판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으면 전기를 일으키는 힘인기전력 때문에 두 판은 양극과 음극의 극성을 띄면서 둘 사이에 전하가 축적되게 된다. 이 경우에도 두 판 사이에 쌓이는 전하에는 한계가 있으며 이 양을 나타내는 값이 상호 전기용량이다.[13]
축전기
축전기의 대전으로 발생하는 전기장
축전기의 대전 과정
전기용량이 표시된 축전기. 223K는 22 nF(나노패럿)을 100 V는 최대 허용 전압을 뜻한다.
축전기는 두 도체의 사이가 떨어져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직류 전기 회로에서는 처음에는 전기가 흐르다가 전기 용량이 꽉 채워진 포화 상태가 되면 더 이상 전기가 흐르지 않는다. 위의 그림과 같이 축전기 내부의 전하가 양쪽 도체의 극성에 의해 완전히 정렬되면 축전기 내부에 전기적 균형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전된 축전기는 스스로 전하를 보전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 회로에 연결하여 방전시킬 수 있다. 이렇게 흐르는 전기를변위 전류라고 한다. 축전기에 대전되어 있던 전하가 모두 방전되면 전류가 더 이상 흐르지 않는다.[14] 한편 교류는 일정 주기로 계속하여 극성이 변하기 때문에 축전기 역시 계속하여 충전과 방전을 지속하게 된다. 이 때 축전기의 전기용량은 교류의 주파수와공진 현상을 보인다.[15]
한편 위 공식은 전하량 Q가기본 전하e 보다 충분히 클 때만 의미를 갖는다. 전기 에너지의 전달은양자인 전자 하나가 갖는 기본 전하 보다 작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본 전하e는 1.602×10−19 C이다.
전하는 결국 전자의 움직임이기 때문에 전기 용량 역시 물질의 이동 관점에서 다룰 수 있다. 이 경우 축적된 전자 1mol이 갖는 전하량을 1 F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전자 1 mol은아보가드로 상수(NA)인 6.02214076×1023 개의 전자가 모인 양이고, 전자 하나의 기본 전하e는 1.602×10−19 C 이기 때문에, 1 F은 아래와 같이 계산된다.
전기 용량의 기본 단위인 1F은 1 V의 전압에서 1C의 전하를 축적하는 매우 큰 값으로 처음 전기를 과학적으로 다룬 사람들이 그 크기를 잘 가늠하지 못하였기에 이렇게 큰 값을 기본 단위로 사용하였다. 1 쿨롬은 전자 약 6.2415×10^18개가 모인 전하량이다.[16] 일반적인 전기 회로에 사용되는 축전기의 전기용량은 대개 피코패럿에서 마이크로패럿 사이의 값들을 갖고 있다.[17]
전기 회로에서 사용되는 전기 용량은 일반적으로 인접한 두 도체에서 형성되는 상호 전기용량을 의미한다. 그러나 단독으로 떨어져 있는 도체 역시 자기 전기 용량으로 불리는 전기용량을 지닌다. 물체는 다른 것과 고립되어 있더라도 대전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전위차를 지니게 된다.[18] 대표적인 예로정전기가 있다. 전기, 전자 제품에는 정전기에 의한 의도치 않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접지를 필요로 한다. 접지는 도선으로 물체를 땅에 연결하는 것으로 물체가 대전되더라도 곧바로 전하를 방출할 수 있게 해 준다.낙뢰를 일으키는 구름의 대전 역시 자기 전기용량의 사례이다.
밴더그래프 발전기는 자기 전기 용량을 이용한 정전기 발전기이다. 고무 밸트를 이용한 마찰로 한쪽 금속구에 정전기를 대전한 다음 작은 금속구를 가까이 가져가면코로나 방전을 일으킨다.
자기 전기 용량은 고립된 대전체에 쌓이는 정전기의 전압V에 대한 대전된 전하의 총량q의 비로 나타낼 수 있다.
자기 전기 용량을 지니는 대전체의 정전기에 관여하는 전하는 표면에 축적된 것들 뿐이기 때문에, 대전체 표면의면 전하 밀도를σ(시그마), 고정점에서 표면까지의 거리를r 이라고 하면 진공 유전율ε0을 사용하여 다음과 같은 적분으로 대전체의 전압을 계산할 수 있다.
보다 간단히 하면 반지름이R 인 구형 대전체의 자기 전기 용량은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19]
예를 들어 지름 20cm인 밴더그래프 발전기 표면의 자기 전기용량은 22.24pF(피코패럿, 10-12F)이고,지구의 경우 710µF(마이크로패럿, 10-6F)이다.[20]
나선형으로 감긴코일은 도선이 가까이 붙어 있기 때문에 내부적인 전기 용량을 갖는다. 코일의 이러한 내부적 전기 용량도 종종 자기 전기 용량이라 불리지만[21] 코일의 내부에 형성되는 것은기생 전기 용량으로 여기서 말하는 자기 전기용량과는 전혀 다른 현상이다. 모든 전기 용량은 교류의주파수에 따른 공진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코일의 기생 전기 용량과 같은 현상은 교류 회로의임피던스에 영향을 미친다.[15]
로 정의되는 상호 전기 용량은 두개의 도체가 마주보고 있는 상황에서만 유효하다. 셋이상의 도체가 관여해 있거나 두 도체의 대전 합이 0이 아닌 경우 이 식으로는 전기용량을 계산할 수 없다.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은 세 개 이상의 도체가 이루는 전기용량은행렬을 통해 계산할 수 있음을 보였다.[23]
맥스웰은 기준점P를 중심으로 세 개의 도체로 이루어진 축전기에서 도체 1에 걸리는전위 계수를 다음과 같이 계산하였다.
다른 도체에 걸리는 전압 역시 이와 같은 방법으로 계산할 수 있다.헤르만 폰 헬름홀츠와윌리엄 톰슨 역시 등의 대칭적 경우에 대한 계산을 통해 전위 계수를 전기 용량의 역수인 엘라스턴스 행렬로 나타내었다.
이를 통해 세 개 이상의 도체판이 형성하는 축전기에서 두 도체판 사이의 전기 용량은 총전하량Q 를 전기 용량의 정의인에 대입하여 계산할 수 있다.
두 개의 판으로 이루어진 축전기의 경우도 두 판이 완벽하게 대칭이 될 수는 없기 때문에 실제 전기 용량은 위와 같은 전위 계수에 따른 값을 보이게 된다.
계수를 이용하여 표현되는 전기 용량를 전기 용량 행렬이라고 한다.[24][25][26] 이 전기용량의 역수가 엘라스턴스 행렬이다.
축전기에 저장된에너지(단위는줄)는 축전기를 충전하느라 한일과 같다. 한쪽 판에는+q전하를, 다른 한쪽 판에는−q전하를 가지고 있는 축전기를 생각해 보자. 무한소의 전하dq를 한쪽 판에서 다른쪽 판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전위 차이V = q/C를 거슬러 일을 하는 것이고, 따라서 다음 식의dW만큼의 일을 필요로 한다.
물리학자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은 축전기 같은 곳에서 전하가 모일 때에도앙페르 회로 법칙이 성립하도록 하기 위해변위 전류 dD/dt라는 개념을 고안해 냈다. 맥스웰은 이 개념을에테르에서전기 쌍극자의 움직임과 연관지은 다음, 이것이 실재하는 전하의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변위 전류는 진공에서도 존재하므로, 이 해석에 따르면 진공에서도 어떤 전하가 존재하여야 한다.
맥스웰의 이러한 해석은 오늘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다만, 맥스웰이 추가한 변위 전류 항은 여전히 유효하고, 이는 단순히 자연계의 기본 법칙으로 해석된다. 즉, 변화하는 전기장은 자기장을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