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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

저도 제가 그 사람한테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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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 전이
    감정 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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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상담 참고사례
    저는 20대 후반의 직장인입니다. 벌써 입사한 지 3년이 되어가는데 직장상사와 자꾸 충돌이 생겨요. 중고등학교 때도 선생님들이나 선배들과 부딪히는 일이 자주 있어서 애를 먹곤 했었는데요. 번번이 이런 일이 생기니 제게 무슨 문제가 있나 싶어 심리상담을 시작했습니다. 제 치료자는 50대 후반의 풍채 좋고 목소리가 큰 남자의사였는데, 첫 만남부터 좀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후 치료가 진행되면서 의사선생님이 조언해주는 것도 간섭으로 느껴지고, 아무튼 거부감이 심하게 들더라고요. 문득 제 이런 감정이 어려서 아버지에게 느꼈던 감정과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신치료는 치료자와 환자가 만나 대화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며 이루어집니다. 생전 처음 만나는 두 사람이지만, 사실 완전히 새로운 관계는 아닙니다. 환자는 치료자를 만나기 이전에 이미 어느 정도 새로운 치료자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 것이고, 만나는 순간 과거에 만났던 누군가에게서 받았던 느낌을 처음 만나는 치료자에게서 재경험할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환자가 과거에 주변의 중요한 인물에게서 경험했던 사랑과 미움 같은 감정을 치료자에게서 재경험하게 되는 현상을 전이라고 합니다.

    그 환자는 치료자에게만 전이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입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인물을 향해서는 언제나 유사한 패턴의 감정반응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죠. 따라서 전이는 정신치료에 있어 중요한 재료가 됩니다. 무엇이 환자의 과거와 현재에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는지 눈앞에서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치료자는 환자의 실제 주변대상들처럼 반응하지 않을 것이고, 치료를 지속하며 환자로 하여금 새로운 관계를 경험하게 해 치료적 효과를 거둘 것입니다.

    환자가 전이를 경험한다면, 마주앉은 치료자는 역전이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역전이를 치료자가 환자에 대해 갖는 모든 감정반응이라는 식의 넓은 의미로 보고 있습니다. 역전이 또한 치료과정에서 좋은 재료로 쓰일 수 있습니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만나는 남성들에게 자주 학대당하는 히스테리성 성격장애의 여성을 상담하는 경우, 치료자는 환자의 경박한 태도와 무책임한 처신에서 경멸스러운 감정이 느껴지는 것을 분석합니다. 치료자는 이런 역전이 감정을 통해, 환자가 깨닫지 못하고 있던 평소 대인관계 문제를 파악해 치료의 재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어린 시절에 중요하게 여겼던 인물에 대한 감정을 현재 우리가 마주치는 모든 세상사람들에게도 그대로 반복투영하며 살고 있습니다. 유사한 대상에게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것을 반복한다면, 전이관계를 고려해볼 만합니다. 과거부터 동일한 패턴이 되풀이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죠.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면, 먼저 자신의 특징적인 전이관계를 이해하는 게 우선입니다.

    이는 뇌과학적으로도 설명할 수 있는데요. 학습할 능력을 타고난 가소성(Plasticity)이 있는 뉴런이 어린 시절의 학습을 통해 형성된 뇌의 구성망(Network)을 통해 일종의 원형(Prototype)을 형성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평생을 살아가며 대인관계, 감정처리, 행위 등에 사용하게 되죠. 이것은 뉴런의 경제성 측면에서도 유리합니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뉴런 구성망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만들어놓은 구성망과 시스템을 이용해 현재의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니, 에너지를 덜 소모하고 순간적으로 대처하는 데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앞 사례의 주인공은 어릴 적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해결되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아버지를 연상시키는 권위적인 위치의 사람들을 만나면 비슷한 부정적 감정을 느껴왔습니다. 이제 치료를 위해 상담을 받기 시작했는데 치료자를 보며 아버지와 비슷한 이미지를 느꼈고, 이에 그는 과거 아버지를 향했던 부정적인 감정이 지금 치료자에게서도 똑같이 느껴지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물론 자신의 전이관계를 인식하고 말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치료자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죠. 치료시간에 그저 예전에 겪은 사건과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박제된 대상을 실험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에 비해 전이관계를 통해 ‘지금’ 느껴지는 관계와 감정을 재료로 사용한다면, 살아 있는 표본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처럼 효과적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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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심리백과|저자송형석 외 4인|cp명시공사도서 소개

    정신과의사 10명이 수십 년간 진료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내담자들의 다양한 고민거리들을 생애 단계별로 나누어 구성했다. 특히 부모로서 자녀에 대해 갖게 되는 걱정..펼쳐보기

    정신과의사 10명이 수십 년간 진료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내담자들의 다양한 고민거리들을 생애 단계별로 나누어 구성했다. 특히 부모로서 자녀에 대해 갖게 되는 걱정거리들, 가령 ‘한글 교육은 어떻게 시키나요’, ‘언제부터 따로 재워야 하나요’ 등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들을 상세히 소개해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소개한다.정신과의사 10명이 수십 년간 진료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내담자들의 다양한 고민거리들을 생애 단계별로 나누어 구성했다. 특히 부모로서 자녀에 대해 갖게 되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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