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럴 해저드(Oral Hazard)

말의 잘못, 실언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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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럴 해저드(moral hazard, 도덕적 해이)’에 빗댄 말로, 일반적으로 말의 잘못, 그러니까 실언(失言)을 뜻한다. 영역별로 의미는 조금씩 다르다. 경제 영역에서는 경제 현실을 똑바로 파악하거나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못 되는데도 잘 아는 것처럼 발언해 경제 정책의 일관성을 해치고 금융 시장에 큰 혼란과 불안을 가져오는 현상을 설명할 때 쓰인다.^각주1)

사회정치적 차원에서는 사회지도층 인사나 고위 공직자, 정치인의 ‘막말’을 의미하는 것으로 통용된다. 오럴 해저드는 개인의 품성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깊이 파고 들어가자면 다양한 이유에서 비롯된다. 재벌 2세 등 이른바 특권층의 오럴 해저드는 이들이 성장기부터 끼리끼리 어울리다 보니 우월감에 젖어 공감 능력이 부족한 것에서 기인한다는 견해가 있다. 서울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홍진표는 “우월감에 취한 재벌 2세들이 보통 사람과 갈등 상황에 놓이면 공감하며 풀어나가기보다 과도한 공격성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수성가형 권력자는 경쟁 의식이 뚜렷하고 자기애적 성향이 강해 타인이 자신을 우러러보지 않으면 쉽게 상처 받고, 역으로 공격성을 표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각주2)

아직도 남아 있는 권위주의 체제와 뿌리 깊은 서열주의가 오럴 해저드의 연료가 된다는 시각도 있다. 예컨대 이화여자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이양은 “한국 사회는 상하질서가 뚜렷해 아랫사람을 알 게 모르게 무시하는 경향이 여전히 짙다”면서 이런 문화가 오럴 해저드로 표출된다고 했다.^각주3)

강미은은 공직자들에게서 오럴 해저드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공직에 있으면서도 이들이 공적인 인식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국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구조는 공식적인 채널과 비공식적인 채널이라는 두 가지 채널로 이루어져 있는데, 공식적인 채널보다 비공식적인 채널에서 중요한 이야기와 정보가 많이 오가다 보니 공적인 자리와 사적인 자리의 경계가 허물어져 공적인 자리의 조심성이 없어지면서 위험한 발언이 나온다는 것이다.^각주4)

정치인의 오럴 해저드가 발생하는 데에는 크게 2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정치의 빈약한 콘텐츠다.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이철희는 “정치가 막말을 쏟아내고,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양극의 대치에 빠지는 것은 정치의 내용이 빈약하기 때문이다”면서 “정치가 만약 먹고사는 문제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면서 누구의 안이 더 나은지를 놓고 경쟁한다면 지금처럼 극한의 부정게임에 빠지진 않을 것이다”고 했다.^각주5) 또 하나는 정치적 양극화로 인한 진영 논리의 횡행이다. 흑백논리와 진영 논리가 판치는 정치 상황에서는 거친 발언을 쏟아낼수록 자기편 지지자들에게서 뜨거운 환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오럴 해저드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