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목차
펼치기너의 주장도 옳고(皆是) 나의 주장도 옳다(皆非)는 것으로, 각각의 주장이 모두 옳으면서도 그르기도 하다는 뜻이다. 원효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를 비유로 개시개비를 설명했다. 이런 이야기다. 코를 만진 어떤 이는 “코끼리는 길다”고 말한다. 배를 만진 사람은 “벽과 같다”고 말한다. 다리를 만진 이는 “기둥과 같이 생겼다”고 말한다. 이 사람들의 주장은 모두 틀렸는가? 이에 대해 원효는 비록 부분적이긴 하지만 코끼리 아닌 다른 것을 언급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모두 옳다’고 말하면서도 어느 누구도 코끼리의 전모를 묘사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모두 틀렸다’고 했다.각주1)
개시개비는 원효가 주장한 화쟁론(和諍論)의 핵심으로 평가받는다. 2014년 6월 고려대학교 철학과 교수 조성택은 한국 사회에는 개시개비 정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요한 사회적 현안이 등장할 때마다 한국 사회는 극심한 정치적 갈등과 진영 논리에 의해 분열의 몸살을 앓고 있는 현상이 반복되는데, 개시개비 정신을 통해 이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즉, 내가 옳으면 네가 그르고, 네가 그르면 내가 옳다는 선악 이분법 대신 내가 옳으면 너도 옳고, 네가 그르면 나도 그르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국 사회가 당면한 갈등과 분열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각주2)
개시개비 정신의 구현을 위해선 우선 무엇이 필요한가? 그건 나의 주장을 이야기하기 전에 상대방의 말을 듣고자 하는 겸손과 경청의 자세다. 조성택은 화쟁은 “상대방의 눈에 비친 나를 보는 과정이며 상대방에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과정이다”면서 “자신의 진리는 더 큰 진리의 한 조각일 뿐이라는 겸허한 태도를 가지고 상대방의 주장에 마음을 열 때 우리는 코끼리의 전모를 좀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각주3)
2014년 이른바 ‘화쟁 코리아 100일 순례’를 진행한 도법 스님은 “나라 곳곳에 온통 반목과 불신이 자리 잡고 있어요. 해방 이후부터 상처와 응어리들이 풀리거나 치유되지 않고 그냥 쌓여 있습니다. 진실을 보지 않은 채 오직 상대를 부정하는 식으로만 문제를 풀어왔으니까요”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경상도에서는 ‘박정희 제일’, 전라도에서는 ‘김대중 제일’입니다. 그러나 박정희와 김대중이라는 인물을 평가할 때, 각각 산업화와 민주화의 측면에서 공이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박정희의 모든 업적이 온전히 공은 아닙니다. 김대중도 마찬가집니다. ‘저놈도 다 나쁘진 않구나’라고 인정하는 것, 그것이 개시개비입니다. 결국 제 목표는 이런 태도 속에서 ‘수구 꼴통’, ‘종북 빨갱이’ 같은 극단적인 언어가 사라지도록 하는 것입니다.”각주4)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글
IT와 SNS 문화,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문화평론가다.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 월간 『인물과사상』에 ‘사회문화사’를 연재했으며, 지금은 ‘인물 포커스’를 연재하고..펼쳐보기
IT와 SNS 문화,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문화평론가다.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 월간 『인물과사상』에 ‘사회문화사’를 연재했으며, 지금은 ‘인물 포커스’를 연재하고 있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우리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IT 제국’의 속살을 살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IT 거인들』, 한국 드라마의 역사를 살핀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트렌드 지식사전(편저)』(1~6권) 등이 있다. 함께 쓴 책으로는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운가』, 『미래를 파는 디지털 상인들』 등이 있다.IT와 SNS 문화,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문화평론가다.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 월간 『인물과사상』에 ‘사회문화사’를 연재했으며, 지금은 ‘인물 포커스’를 연재하고..출처
대중문화 현상과 한국인의 커뮤니케이션 행위, 사회문화사에 관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해온 편저자는 이러한 체계적인 정보·지식 관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문화, ..펼쳐보기
대중문화 현상과 한국인의 커뮤니케이션 행위, 사회문화사에 관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해온 편저자는 이러한 체계적인 정보·지식 관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문화, 미디어, 디지털, 테크놀로지, 경제, 마케팅, 의료, 글보벌, 사회, 정치 등 크게 10섹션으로 구분하여 각각 20개의 핵심 키워드를 소개한다. 대중문화 현상과 한국인의 커뮤니케이션 행위, 사회문화사에 관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해온 편저자는 이러한 체계적인 정보·지식 관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문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