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짓눌린 젊은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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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하다는 뜻의 형용사(precarious)와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를 합성한 말로, 1980년대 프랑스 사회학자들이 급증하던 일용직이나 파트타임 노동자를 지칭하는 말로 처음 사용했다. 지금은 사회생활 전반이 취약한 비정규직·실업자·이주노동자 등을 비롯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빚에 짓눌린 젊은 층, 홀로 아이를 돌보는 여성 등을 총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2014년 1월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차학술총회에서 국제노동 권위자인 가이 스탠딩 영국 런던대학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젊은 프리카리아트가 급증하기 시작해 일부 국가에선 전체 인구의 25퍼센트에 이른다고 추정하면서 “(프리카리아트가) 좌파도 우파도 아닌 ‘위험한 계급’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스탠딩은 프리카리아트는 “불안정한 노동에 시달리는 바람에 조직화되지 않고 정체성도 없다”며 “끊임없는 구직·직업 훈련 등으로 방황하고 시간·돈이 부족해 진정한 사회관계를 맺을 기회도 상실했다”고 말했다.

스탠딩은 또 프리카리아트는 조그만 이익에도 쉽게 분노하고 좌절하며 기존의 정당·노조 등 모든 정치세력을 거부하면서 반감을 극단적인 행동으로 표출하기 때문에 이들이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시간 쥐어짜기’에 시달리기 때문에 골똘히 생각하고 신중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여유를 잃었고, 분노, 아노미, 걱정, 소외만을 경험하기에 이민자 등 극빈층에 대한 반감을 형성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는 또 유럽에서 극우정당이 약진하고 이슬람 청년들이 테러 단체에 적극 가담하는 것도 프리카리아트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해석했다.

이유진은 “대세가 된 프리카리아트에게 희망을 주는 ‘낙원의 정치’를 하지 않는다면 이 ‘위험한 계급’이 우리 모두를 더욱 심각한 불평등과 폭력의 상태로 데려갈 것이라”는 게 스탠딩의 주장이라면서 해법은 일자리나 노동이 아닌 더욱 풍부한 개념으로서 다양한 ‘일’, 시간을 확보해주는 ‘여가’, 기본적인 소득 보장에 있다고 했다.

우버(Uber)와 에어비앤비(Airbnb) 등 급성장하고 있는 ‘공유 서비스’가 프리카리아트를 체계적으로 양산하는 새로운 플랫폼이 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운전·숙박·심부름 등 하루 3~4곳의 대행 서비스 업체에서 받은 일감으로 생계를 꾸리는 프리랜서 노동이 일상화 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참고문헌

• ・ 천예선, 「지구촌 ‘중산층 살리기’ 길을 잃다」, 『헤럴드경제』, 2014년 9월 19일.
• ・ 김회승, 「위험한 계급」, 『한겨레』, 2015년 1월 12일.
• ・ 최형욱, 「[전미경제학회] 위험한 계급 프리카리아트가 온다」, 『서울경제』, 2015년 1월 4일.
• ・ 이유진, 「‘위험한 계급’ 구출 안 하면 남는 것은 지옥문」, 『한겨레』, 2014년 6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