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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우리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

초두 효과

첫머리 효과, Primacy Effect

왜 매년 5,000명이 양악 성형수술을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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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형수술 상담
    성형수술 상담

    ⓒ George Rudy/Shutterstock.com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엄청난 고통과 더불어 부작용이 따르는데도 한국인이 최근 가장 선호하는 성형은 '양악 성형수술'이다. 양악전문병원들이 추측하는 바로는 우리나라의 한 해 양악수술은 평균 5,000건에 이른다. 왜 한국인들은 양악수술을 감행하는 모험에 뛰어드는 걸까? 포털사이트에 뜨는 다음과 같은 기사 제목들에 그 답이 있지 않을까?

    「첫인상 망치는 안면비대칭, 양악수술로 치료한다」, 「첫인상, 양악수술로 작은 얼굴부터?」, 「비호감 첫인상, 양악수술로 바꿀 수 있다」, 「양악수술, 첫인상 망치는 돌출 입을 넣어준다?」, 「양악수술, 첫인상 좋은 외모로 바꿔준다」, 「첫인상 좋지 않은 주걱턱, 양악수술로 변신」, 「양악수술, 퍼펙트한 첫인상을 만들어준다?」, 「양악수술, 세련된 이미지로 좋은 첫인상 준다」, 「양악수술, 좋은 첫인상 만든다」.

    물론 한국인들만 첫인상에 죽고 사는 건 아니다. 앞서 '후광 효과'에서 보았듯이, 이는 모든 인간에 공통된 현상이다. 이렇듯 첫인상에 큰 영향을 받는 걸 '첫인상 효과'라고 하지만, 그 원조는 '초두 효과(初頭效果, primacy effect)'다. '첫머리 효과'라고도 한다. 초두 효과란 먼저 제시된 정보가 나중에 들어온 정보보다 전반적인 인상 형성에 더욱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첫인상 효과'도 이 초두 효과의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처음 제시된 정보가 나중에 들어오는 정보의 처리 지침이 되고 전반적인 맥락을 제공하는 것은 첫인상의 '맥락 효과(context effect)'라고 한다.

    심리학자 솔로몬 아시(Solomon E. Asch, 1907 ~ 1996)는 1946년 실험에서 피험자에게 어떤 사람을 묘사하는 여섯 가지 형용사를 듣고 그 사람을 평가해보라고 했다. 한쪽 피험자들은 "영리하다, 부지런하다, 충동적이다, 비판적이다, 고집불통이다, 시기심이 강하다"라는 말을 듣고 평가했으며, 다른 피험자들은 "시기심이 강하다, 고집불통이다, 비판적이다, 충동적이다, 부지런하다, 영리하다"로 순서가 바뀐 형용사 목록을 들었다.

    그다음에 모든 피험자는 해당 인물의 평가서를 작성했다. 예컨대, 그 사람이 얼마나 행복할 것 같은가, 얼마나 사교적인가 등의 항목을 평가하는 식이었다. 긍정적 형용사로 시작하는 첫 번째 목록을 들은 피험자들은 부정적인 형용사로 시작하는 두 번째 목록을 들은 피험자들보다 평가 대상을 훨씬 좋게 보았다. 나중 것보다 처음 것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는 의미에서 이를 초두 효과로 부른 것이다. 영국 심리학자 스튜어트 서덜랜드(Stuart Sutherland, 1927 ~ 1998)는 『비합리성의 심리학(Irrationality)』(1992)에서 초두 효과는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피험자들은 첫 단어를 들을 때부터 마음속으로 평가 대상을 그려나가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다음에 그들은 그 그림에 들어맞는 이차적 결과로 단어들을 만들어내려고 했다. 평가 대상이 영리하고 근면하다는 말을 들은 사람은 그다음에 오는 '충동적이다'까지도 자발성을 나타낸다고 보고 좋게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시기심이 강하고 고집불통이란 말을 먼저 들은 피험자들은 '충동적이다'를 생각 없이 무모하게 행동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또 다른 설명은 사람들이 자료에 몰두하면서 차츰 주의력이 흩어지기 시작하므로 처음에 등장하는 것이 나중 것보다 더 큰 영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2013년 10월 돌싱(돌아온 싱글의 준말)만의 소셜데이팅 울림은 돌싱 남녀 968명(남 635명, 여 333명)을 대상으로 '첫 만남 후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가 계속 연락을 해온다면?'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돌싱 남성은 '몇 번 더 만나본다(34.5퍼센트)'를 가장 많이 선택했으나, 여성은 '단호히 거절한다(35.1퍼센트)'를 1위로 꼽아 남녀 간 큰 차이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설문에 대한 전체적인 반응을 살펴보아도 거절 의사와 관련된 답변, 즉 무시하거나 거절한다를 선택한 돌싱 남성은 38.7퍼센트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여성은 57.6퍼센트에 달해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돌싱 여성의 경우 이성과 관계에서 한 번 아픔을 받았기 때문에 첫 만남에서 상대방이 자신의 기준에 어긋난 부분이 있으면 추후 맞춰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보단 거기서 인연을 매듭지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남성은 초두 효과가 미혼에 비해 크게 작용하는 만큼 첫 만남에 앞서 사전에 철저한 준비로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남녀 데이트 주선 업체인 '잇츠 저스트 런치(It's Just Lunch, 점심만 먹어요)'는 오히려 그런 초두 효과를 배제한 영업 전략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사람들이 첫인상만 보고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않게끔 도운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 업체의 창업자인 아이린 라코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만남
    첫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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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는 고객들에게 사진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거고요. 고객들, 특히 남자 분들은 항상 사진을 요구하는데, 저희가 거절하면 '왜 사진을 보여주지 않는 거죠?'라며 난리가 납니다. 그러나 사진을 본다고 해서 가치 있는 정보를 알 수는 없어요. 관계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는 서로 얼마나 잘 맞고 잘 이해하느냐인데, 그런 면에서 사진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요. 살아 있는 사람을 만나 냄새를 맡고 느껴야 알지, 그렇지 않고는 정말 무엇이 중요한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요즘은 사진을 보정하는 경우도 많아서 실물을 봐도 같은 사람인지 모를 정도니까요."

    그렇다. 첫인상에 너무 죽고 살 일은 아니다. 초두 효과의 원리가 매년 5,000명이 양악 성형수술을 하는 근거로 활용된다는 건 우리 인간이 눈부신 문명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본능에 좌우되는 동물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말해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는 초두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점에서 보자면 한국의 양악 성형수술 붐은 빨리빨리 문화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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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 ・ 「양악 성형 후 비대칭·부자연스러움…'녹는 실 리프팅'으로 교정」, 『패션 조선』, 2013년 11월 25일.
    • ・ 나은영, 『행복 소통의 심리』(커뮤니케이션북스, 2013), 2쪽; 이민규,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더난출판, 2009), 24쪽.
    • ・ 스튜어트 서덜랜드(Stuart Sutherland), 이세진 옮김, 『비합리성의 심리학: 왜 인간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반복하는가』(교양인, 1992/2008), 44~45쪽; Joseph A. DeVito, 『The Interpersonal Communication Book』 3rd ed. (New York: Harper & Row, 1983), pp.275~276.
    • ・ 최준영, 「돌싱女에 첫인상 찍히면 10번 찍어도 안 된다」, 『문화일보』, 2013년 10월 11일.
    • ・ 프랭크 파트노이(Frank Partnoy), 강수희 옮김, 『속도의 배신』(추수밭, 2012/2013), 154~155쪽.

    강준만집필자 소개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사회에 의미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 대표 저서로는 <강남 좌파>, <한국 현대사 산..펼쳐보기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사회에 의미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 대표 저서로는 <강남 좌파>, <한국 현대사 산책>(전 23권), <미국사 산책>(전 17권) 등이 있다.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사회에 의미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 대표 저서로는 <강남 좌파>, <한국 현대사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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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
    우리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저자강준만|cp명인물과사상사전체항목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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