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인지 방식의 차이를 좌뇌적 사고와 우뇌적 사고의 구분으로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통상 좌뇌는 논리적 추론, 우뇌는 직관과 더 강하게 연결된 것으로 이해된다. 좌뇌와 우뇌의 기능적인 차이로 사람을 구분하는 ‘좌뇌·우뇌 결정론’은 극단적이라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많다. 일반적으로 좌뇌·우뇌적 사고는 상대적인 관점에서 개인의 차이를 설명할 때 주로 활용된다.
목차
펼치기세상엔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다. '독자성'과 '협력'을 예로 들자면, 남들과 어울려 문제를 푸는 걸 좋아하는 사람과 혼자서 푸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추상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은 몸소 체험하기보다는 다양한 곳에서 정보를 획득해 무언가 배우는 걸 좋아한다. 반면 경험주의적인 사람들은 사람이나 사물을 직접 접촉함으로써 정보를 얻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사람의 직업이나 전공에 따라 문제 해결 방식이 다르다.
이처럼 일하는 방식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람마다 다른 건 인지(認知)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널리 통용되는 인지 분류법 가운데 하나가 '좌뇌적 사고'와 '우뇌적 사고'를 구분하는 것이다. 좌뇌적 사고는 분석적·논리적·순차적인 접근 방식인 반면, 우뇌적 사고는 직관적·가치지향적·비선형적인 접근 방식이다.
좌뇌와 우뇌의 기능상 차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1960년대 초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신경생물학자 로저 스페리(Roger Sperry, 1913~1994)다. 198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스페리는 뇌의 좌반구는 신체 우측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받으므로 왼쪽에 보이거나 왼손에 만져지는 사물을 알 수가 없으며(그 반대도 마찬가지), 언어능력은 좌반구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 등을 발견했다.
좌뇌와 우뇌는 '사고방식'에서 뚜렷하게 다르지 않다는 반론도 있지만,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좌뇌·우뇌 결정론'이다. 이에 대한 비판은 무수히 많다. 예컨대, 마이클 블로치(Michael Bloch)는 "우리가 스스로를 '좌뇌형 인간' 또는 '우뇌형 인간'이라 규정지어버린다면, 새로운 전략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하는 꼴이 된다"고 경고한다. 이와 관련, 토니 부잔(Tony Buzan)과 배리 부잔(Barry Buzan)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비록 각각의 반구가 어떤 특정 영역의 활동을 지배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상 기본적으로는 모든 영역을 관장하고 있다. 로저 스페리에 의해 양분된 정신 기능은 사실 두뇌 전체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을 두고 좌뇌가 뛰어난 사람이라든가 우뇌가 뛰어난 사람이라고 단정 짓는 현재의 풍조는 기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따라서 결정론은 경계하면서, 그저 "좌뇌가 논리적 추론과 더 강하게 연관되어 있다"거나 "우뇌가 직관과 더 강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식의 상대적 관점에서 그 차이점을 음미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좌뇌·우뇌론'이 다방면에 걸쳐 응용된 것도 그런 정도의 의미는 있다는 것이 인정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UCLA 정신과 교수 대니얼 시겔(Daniel J. Siegel)은 좌뇌는 디지털 방식으로 작동하는 반면 우뇌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말한다. 그는 "우뇌는 '그리고'라는 입장을, 좌뇌는 '또는'이라는 관점을 만들어낸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우뇌 모드를 사용할 때는 상호 연결된 가능성들로 충만한 세상을 본다. 이것과 저것이 모두 진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그러나 좌뇌 모드에 들어가면 세계가 분리되어 보인다. 이것이 진실일까, 저것이 진실일까? 좌뇌 모드에서는 한 견해만이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좌뇌의 '또는' 모드로 세상을 볼 때는 자신의 견해가 자신이 세상을 그런 방식으로 보겠다고 선택한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 방식이 유일하며, 다른 방식, 즉 우뇌 모드는 그저 틀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존 케이오(John Kao)는 좌뇌·우뇌론을 기업 경영에 접목시킨다. "한 회사가 비즈니스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또 계속해서 재창조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조직적 과정들 안으로 투입되는 진정한 '우뇌적' 창조성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회사가 재정적으로 어떠한 상태에 있는지, 그리고 그런 창조적 과정들이 손익계산서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주고 있는지를 계속해서 묻지 않으면 안 되는 '좌뇌적' 회계기능 또한 존재하지요."
프랑스 심리학자 필리프 튀르셰(Philippe Turchet)는 『남자는 왜 여자의 왼쪽에서 걸을까』라는 책에서 남녀 2만 쌍 이상을 관찰한 연구를 통해 인간의 두뇌 중심에 프로그램화되어 있는 사랑증후군을 증명하고자 했다. 그는 좌뇌는 신체의 오른쪽 부분을 관리하고 오른팔은 통제와 감시의 기능을 수행하는바, 남자가 여자의 왼쪽에서 걷는 행위는 여자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성을 통제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또 우뇌는 감성과 관련된 부분인바, 여성은 오른편에 섬으로써 결국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감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표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튀르셰는 구속과 통제가 바탕이 되는 사랑증후군과 진정한 사랑을 구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화여대 교수 최준식은 좌뇌는 논리나 이성 혹은 언어 습득 같은 능력을 담당하고, 우뇌는 감각·직관·공간 지각력 등을 관장하는데, 한국인은 아무래도 우뇌 쪽이 발달한 것 같다고 주장한다. 한국인은 논리적으로 차근차근 따지는 것보다 감정을 발산하면서 마시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병아리 암수 감별사 같은 직업은 대단히 섬세한 감각을 요구하는 거라 한민족만이 할 수 있다는 설이 있다. 또 한국인 가운데 세계적인 음악가가 많은 것도 우리가 우뇌가 발달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해준다. 그러나 같은 음악가도 소리를 지르면서 감정을 맘껏 발산하는 연주가만 많지 냉철한 논리를 사용해야 하는 작곡에서 세계적으로 이름난 한국인은 전 세계에 거의 없다.……이런 한국인들의 성향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분야가 바로 양궁이나 골프 같은 스포츠이다. 이 두 경기는 부분에만 능한 좌뇌적인 계산보다는 전체적으로 보는 데에 능한 우뇌적인 감각으로 해야 한다."
좌뇌·우뇌적 사고를 정치에 적용한다면 한국 정치는 감성과 직관의 지배를 훨씬 더 많이 받으므로 '우뇌 민주주의'로 부를 수 있겠다. 언론과 지식인은 정치를 비판할 때마다 유권자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하지만, 과연 그런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유권자들 역시 바람에 약하고 분위기에 휩쓸리는 우뇌적 사고에 능한지라, 이미 그걸 간파한 정치권이 유권자들에게 영합하는 '쇼'를 한다고 보는 게 옳지 않겠는가?
오랜 역사를 두고 형성된 국민적 기질인지라 한국의 '우뇌 민주주의'가 쉽사리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차라리 '우뇌 민주주의'의 장점에 주목하면서 그걸 키우는 방향으로 애를 쓰는 게 현실적인 대안일 것이다. 우뇌적 사고는 '부분'보다는 '전체'를 보는 데에 강하다. 한국 유권자들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으면서도 큰 흐름을 읽는 데엔 비교적 유능하며, 이는 이미 충분히 입증된 것이기도 하다.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 ・ 도로시 레너드·수잔 스트라우스, 「창조적 마찰이 혁신의 동인」, 피터 드러커 외, 현대경제연구원 옮김, 『지식경영』(21세기북스, 1999), 153~154쪽.
- ・ 박지영, 『유쾌한 심리학 2』(파피에, 2006), 94쪽.
- ・ 스티브 아얀(Steve Ayan), 손희주 옮김, 『심리학에 속지 마라: 내 안의 불안을 먹고 자라는 심리학의 진실』(부키, 2012/2014), 135~136쪽; 스콧 릴리언펠드(Scott O. Lilienfeld) 외, 문희경·유지연 옮김, 『유혹하는 심리학』(타임북스, 2010), 44~49쪽.
- ・ 토니 부잔(Tony Buzan)·배리 부잔(Barry Buzan), 권봉중 옮김, 『마인드맵 북』(비즈니스맵, 2006/ 2010), 45쪽.
- ・ 필 로젠츠바이크(Phil Rosenzweig), 김상겸 옮김, 『올바른 결정은 어떻게 하는가: 모두를 살리는 선택의 비밀』(엘도라도, 2014), 26쪽.
- ・ 대니얼 시겔(Daniel J. Siegel), 오혜경 옮김, 『마음을 여는 기술: 심리학이 알려주는 소통의 지도』(21세기북스, 2010/2011), 173쪽.
- ・ 조엘 쿠르츠만(Joel Kurtzman), 오관기 옮김, 『미래와의 대화』(양문, 1997/1999), 149~150쪽.
- ・ 필리프 튀르셰(Philippe Turchet), 권나양 옮김, 『남자는 왜 여자의 왼쪽에서 걸을까』(에코리브르, 2002/2005), 51~58쪽; 박창선, 「남자의 오른쪽…'사랑' 혹은 '사랑의 함정'」, 『여성신문』, 2005년 11월 18일, B5면.
- ・ 최준식, 「좌뇌와 우뇌」, 『서울신문』, 2005년 8월 4일, 26면.
글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사회에 의미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 대표 저서로는 <강남 좌파>, <한국 현대사 산..펼쳐보기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사회에 의미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 대표 저서로는 <강남 좌파>, <한국 현대사 산책>(전 23권), <미국사 산책>(전 17권) 등이 있다.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사회에 의미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 대표 저서로는 <강남 좌파>, <한국 현대사 산..출처
사람들마다 생각의 내용은 물론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이유는 각자 다른 생각의 문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확신’과 ‘확신’ 사이에 소통의 다리를 놓아줄 수 있는 ‘공..펼쳐보기
사람들마다 생각의 내용은 물론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이유는 각자 다른 생각의 문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확신’과 ‘확신’ 사이에 소통의 다리를 놓아줄 수 있는 ‘공통의 문법’을 찾고자 여러 분야 학자들에 의해 논의된 유사 이론을 끌어들여 답을 제시한다.사람들마다 생각의 내용은 물론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이유는 각자 다른 생각의 문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확신’과 ‘확신’ 사이에 소통의 다리를 놓아줄 수 있는 ‘공..